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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마중나가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한 잔

by haeahn2d 님의 블로그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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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조지훈의 <사모>중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마시는 술 한 잔

 

 

 

사모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워하는 대상을 아버지로 바꿔서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살아계신 것처럼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아버지가 나의 삶에서 큰 존재였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런 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건 그래서 쉽지 않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애써 외면해서 마음이 커지지 않게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싶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어렸을 때 찍어주신 사진들이 앨범에 가득 담아 있다. 젊은 부모님과 어린 우리들의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을 보면서 따뜻한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움이 슬픔으로만 다가오지 않을 만큼의 미소를 선물해주는 앨범이 내게 있다. 아, 행복하다!

 

 

 

 

감자떡, 코다리찜, 콩국수 등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음식을 보게 되면 코끝이 찡해진다. '요리를 잘 못 해도 코다리찜 많이 해드릴 걸' 후회가 된다. 어쩌나, 이미 늦은 것을.......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내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셨을 것이다. 내가슴속에서 지켜봐 주시는 아버지도 그 기도만을 하고 계실 것이다. 후회없이 살아보자!

 

유난히 추웠던 어느 늦겨울, 아버지는"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꾹꾹 눌러담은 유언장을 남기고 가셨다.  맞다, 늘 미안하고 사랑하는 게 가족이 아닐까. 어느새 내 두손으로 그 유언장을 쓰다듬고 싶었다. 

 

목련이 피어나고 있는 봄

 

 봄인데, 저녁때는 아직 쌀쌀하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깊어질 것이다. 그리운 만큼의 보폭으로 그리움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걷고 또 걷겠다. 그러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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