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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마중나가기3

대추와 미역국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장석주의 중에서     대추 한 알이 읽어가는 과정이 한 그림속에 그려진다. 자연의 변화에 맞서 이겨내면그 결실이 대추가 된다. 그래서 이 시를 보면 한사람이 성숙해가는 과정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내 생일이 대추 한 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어렸을 때가 있었을까? 벌써 수많은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었다. 지나간 속도에 순간 아찔하다. 그래, 나도 시간에 익어갔다.      스스로 끓여 먹는 미역국은 어떤 맛일까? 생일이 되기 한참 전에 어머니가 국거리용 양지머리를 집에 놓고 가셨다. 막상 귀찮다! 양지머리를 냉동실에 넣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 2025. 4. 3.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한 잔 -->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조지훈의 중에서     사모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워하는 대상을 아버지로 바꿔서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살아계신 것처럼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아버지가 나의 삶에서 큰 존재였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런 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건 그래서 쉽지 않다.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애써 외면해서 마음이 커지지 않게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싶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셨다. .. 2025. 4. 1.
꽃을 보려면 마음을 열자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정호승, 중에서 3월이 다 지나가는 길목에서 오늘의 싸늘한 바람은 나를 놀라게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역대 규모의 큰 산불로 인해 서민들의 마음까지 위축되는 요즘이다. 이 바람이 산불진화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기도하면서 한참을 걸었다. 이 쌀쌀한 공기도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갈 것이다.  길가에 봉우리가 올라오거나 살짝 눈웃음 짓고 있는 개나리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치열한 겨울을 보낸 후 선물같이 봄꽃이 찾아왔다. 그냥 찾아온 선물이 아니라 숙제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드디어 받을 수 있는 .. 2025. 3. 29.